<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어떤 경우에도 내가 원하는 순간에 내가 원하는 만큼 내 욕구를 헤아리고 내 기대치를 채워줄 사람은 없다. 그러기엔 늘 하는 말이지만, 인간은 대단히 자기중심적인 존재다. 상대방의 욕구보다는 내 욕구가 더 먼저고 더 중요한 것이다. 그나마 우리 인간의 뇌 속에 태생적으로 공감 신경세포가 있기에 이 정도라도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본문 중에서>

사람은 관계와 관계를 잇는 주체이거나 혹은 연결의 끈이다. 나를 중심으로 뻗어져있는 거미줄 같은 관계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 관계도는 나이를 들거나 활동분야가 광활할 때 그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얇아서 끊어지거나 굵어져가는 관계의 끈이 생기게 된다.
나 역시 이러한 관계도를 형성하며 살고 있다. 먼저 가족관계를 맺고 있다. 단계별 학교 친구들이 있으며 옮겨왔던 직장의 수만큼 직장동료들이란 관계도 형성돼 있다. 더 나아가 운동이나 동호회 및 친목도모로 연결된 관계형성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해 문제가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수많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얽히고 설켜있는 사람들에게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진단을 담은 이 책은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이란 타이틀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말에는 구체적인 솔루션과 심리 유형을 추가하며 새롭게 리뉴얼돼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상처받지 않는데다 무려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은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에 약간의 위로가 조금의 서글픔을 느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인간관계에 있어서 꽤 좋은 평판을 받으려 애쓴다. 내가 한만큼 그대로 되돌려 받기 위한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라고 생각한다. 치사한게 아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 관계들이 틀어 질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변심, 상사에 말 한마디에 묻혀버린 나의 의견, 가족이라 말할 수 없는 서운함 등등 복잡한 관계에서 불현 듯 나만 힘에 부치는 것 같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너도 똑같아’라고 묵직한 한방을 선사했다. 내 이면에는 상대방에 대한 높은 기대치도 한몫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상대방은 나한테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기대치가 문제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물론 가정에서조차 그런 기대치가 채워지는 일은 거의 없다. 상대방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하자면 그가 내 욕구와 기대치를 알아서 헤아리고 그것을 채워주는 일 같은 것은 처음부터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 깨달은 인간관계 형성의 근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까칠함’은 내가 받고자 하는 대우의 대한 적절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내가 당연히 받아야할 대우에 대한 방화벽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