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조 실버시장에도 불구하고 매년 3만건 이상 불만 제기

#남양주에 거주하는 김순복(68세)씨는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해 놓고 반품하지 못해 곤욕을 치뤘다. 노인정에 있던 김씨에게 얼마 전 한 젊은 남성이 찾아와 노인전용 오메가3를 소개했다. 김씨는 현장에서 ‘노인전용으로 치매예방에도 좋고 침침한 눈도 밝혀준다’는 그의 말을 믿고 거금 11만원을 들여 샀다. 하지만 막상 추석이 되자 생각지 못했던 건강보조식품이 두 가지나 더 들어왔고 성분을 살펴보니 얼마 전 구입한 노인전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김씨는 환불받고 싶었지만 이미 개봉해 제품을 확인한 터라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김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고령소비자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고령소비자 불만상담을 집계한 결과 총 17만2680건으로 매년 3만건 이상 불만이 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전체 소비자 불만 현황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도 불구, 60세 이상 고령소비자의 불만은 17.9%나 증가했다는 결과가 이어지면서 고령화사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노인은 황금알을 낳지 않는다
골골대던 한국이 이제는 늙어버렸다. 행정안정부(이하 행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4.02%를 기록한 725만7288명으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정의한다’는 UN의 기준으로 한국은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한지 17년만에 지난 8월 공식적으로 ‘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노령화지수(유소년 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가 95.1에서 지난해 100.1로 올라 1인 1노인 부양이 확정되면서 사회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이에 인구학자들은 입을 모아 “노인대국으로 불리던 일본보다 7년이나 노령화가 빨리 진행된 것으로 보아 초고령사회도 짐작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며 “머지않아 맞을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노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령화 현상을 ‘시니어 비즈니스(고령화산업)’로 풀이하는 일각의 긍정적 시선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니어 비즈니스의 규모는 지난 2002년 6조3820억원에서 2010년 22조1906억원으로, 2018년에는 83조7646억원 시장으로 고공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여가생활을 통해 소비계의 큰 손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반면 업계 전문가는 “모든 노인들이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니어 산업을 활용하는 것은 고령사회의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 순 있지만 단순히 노인을 새로운 소비자 층으로 치부해 사회문제인 고령화현상을 새로운 시장의 확대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의했다.

다단계판매 해결책 되나
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5년간 고령소비자 불만상담 접수 건을 살펴본 결과 65세 이상 노인들이 상당부분에서 불편 사항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5년 동안 가장 많은 불만접수가 된 품목은 스마트폰·휴대폰, 이동전화서비스, 건강식품, 상조서비스, 치과의 순이었고, 지난해를 기준으로 봤을 때 다발 불만접수 품목은 1위 이동전화서비스, 2위 스마트폰·휴대폰, 3위 치과, 4위 상조, 5위 건강식품 순이었다. 이동전화서비스와 스마트폰·휴대폰의 불만 다발건수는 5년 동안 상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한 증가를 보였다. 또 3위 치과 서비스도 2012년에는 577건이 접수 된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1271건으로 계속해서 불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다른 고령소비자들의 불만을 분석한 결과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연령대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의 불만이 높았지만 고령소비자는 여성(40.0%)보다 남성(60.0%)의 불만이 더 높은 것으로 취합됐다. 그리고 남성은 이동전화서비스 관련 불만이, 여성은 치과 관련 불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지난 2012년 전까지만 해도 1517건으로 3위에 위치했던 건강식품 불만 접수는 지난해 812건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5년간 거래 유형별 고령소비자 불만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방문판매 관련 건이 31.3%로 가장 높았으며 전화권유판매 27.9%, TV홈쇼핑 19.8%, 전자상거래 17.6% 순으로 접수됐다. 방문판매 관련 불만 접수는 2012년 이후 지속 감소하는 추세로 14% 떨어진 반면 TV홈쇼핑이나 전자상거래 관련 불만은 2016년 41.3%로 지난 2012년보다 7.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다단계판매 관련 불만 접수는 타 거래방식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적었다. 최근 5년 동안 불과 2%내지로 그마저도 2015년부터는 1%대로 떨어졌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타거래 방법에 비해 다단계판매가 고령소비자의 컨플래인 수가 낮은 원인은 노인 사기 위험노출의 오해 소지를 피하기 위한 그동안 업계의 부단한 노력의 성과”라며 “다단계판매 업계는 유통업계 중 유일하게 청약기간을 최대 3개월까지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고령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증가하는 고령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함으로써 타 업계의 본보기가 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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