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포비아(공포증)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먹거리부터 생활용품까지 불안 요인이 확산하면서 증세가 심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먹거리에 대한 공포는 ‘햄버거병’과 ‘살충제 계란’, ‘E형간염 돼지고기’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맥도날드 햄버거의 덜 익은 고기 패티를 먹은 네 살 아이가 신장장애 판정을 받았다는 주장과 함께 초등학생들이 햄버거를 먹은 후 집단으로 장염이 발생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햄버거병’ 논란이 붉어졌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졌다. 벌써 한 달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들까지도 이번 파동에 대거 포함돼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분노를 자아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네덜란드·독일산 소시지나 햄류인 육가공제품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 발병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유럽발 가공육 제품’에 대한 공포까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푸드 포비아(foodphobia)’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그런데 포비아는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도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케미컬 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를 키운 것이다. 심지어 일부 요가 매트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됐다는 기사까지 나오면서 이제는 다른 생활용품까지 걱정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즐겨 찾던 먹거리나 생활용품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생활 전반에 걸쳐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포비아에 대한민국이 점령당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까지 추락했고 소비자들은 믿고 살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가 처음부터 경각심을 갖고 신속하게 대응을 했더라면 일련의 사태들은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다단계판매 업계도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다. 다단계판매 업체들도 다양한 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만약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서 유해 물질 또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성분이 검출된다면 그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하다.

다단계판매는 국내에 도입될 당시 크고 작은 소비자피해를 일으켜 아직까지도 때로는 피라미드로 오인되고 때로는 서민을 울리는 사기꾼 집단으로 매도 당해왔다. 이후 부단한 이미지 개선 노력을 통해 조금씩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지금은 합법적인 유통채널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이 다단계판매를 신뢰하는 이유는 제품력 때문이다. 여느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다단계판매 하면 제품력을 꼽을 정도로 제품을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그리고 쌓아가고 있는 신뢰라는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게 다단계판매 업계도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 아무리 신뢰받던 사람도 한번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면 그에 대한 신뢰가 곧바로 추락하듯 신뢰는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아차 하는 순간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