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종합 대책, ‘장래소득 증가치’ 대출심사 반영…직업상 차별 불가피

# 이지영씨와 김지혜씨의 연봉은 4000만원으로 대출한도도 같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은행업에 종사하는 이지영씨는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지혜씨보다 더 많은 대출한도가 보장된다. ‘장래소득 증가치’가 대출심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1400조에 이르는 가계부채 대안책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안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업종이 달라도 연봉이 같으면 대출한도와 대출금리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연봉이 같아도 업종별 ‘장래 소득 증가치’에 따라 대출한도가 차이가 나게 된다. 쉽게 말해 같은 연봉이라도 직업에 따라 대출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종합 대책이 직업상의 차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DTI와 DSR이 핵심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총액은 1388조3000억원이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14년 136.4%였지만 이후 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는 4686만원 수준이었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금액 중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를 넘는 금액은 145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출 상당 부분이 위험성이 높은 빚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나섰다.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통해서다. 하지만 가계부채 종합 대책의 핵심인 신총부채상환비율(신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따른 엇갈린 해석으로 업계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먼저 현재는 업종이 달라도 연봉이 같으면 대출한도나 금리가 비슷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종합 대책에서 내놓은 신DTI과 DSR이 도입되면 연봉이 같아도 업종별로 장래소득 증가치가 달라 대출한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 현행 DTI는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계산할 때 대출의 원리금만 반영할 뿐 기존 대출은 이자상환분만 반영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DTI는 기존 대출의 원금상환액도 반영한다. 그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여기에 내년 말 DSR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DSR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할 때 대출 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전세자금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포함한다.

문제는 금융당국은 통계청의 업종별 근로소득 연평균 증가율의 자료를 신DTI, DSR가 산정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분포 현황에 따르면 월 평균 근로소득은 ▲금융·보험업이 578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546만원)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업(427만원)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395만원) ▲건설업(363만원)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28만원) ▲숙박 및 음식점업(173만원) 순이었다. 이 같은 업종별 차이점이 반영될 경우 DSR로 산정되는 대출한도는 연봉이 같아도 장래소득 증가치로 인해 업종별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종합 대책이 직업상의 차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종업원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차이, 근로연수 등을 모두 감안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DTI와 DSR이 도입되면 다주택자, 다중채무자는 신규대출이 어려워 더 이상 빚을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실제 연소득 5000만원의 직장인이 기존 주담대 1억원을 갖고 있는 상황에 서울에서 6억원 이상의 아파트 담보대출을 추가로 받는 경우 현행 DTI 30%를 적용한다면 2억50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DTI를 적용한다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9500만원의 신규대출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심각한 가계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심사가 엄격해진 만큼 대출 거절이나 대출 한도 축소에 따른 문제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이번 가계부채 종한 대책에 취약계층과 실소유자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다주택자, 다중채무자의 경우 추가 대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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