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지심도 동백꽃 봄맞이 여행

3월이면 봄이 시작한다지만 체감기온은 아직도 겨울이나 다름없다. 유독 추웠던 겨울 탓일까. 남녘에서 들려오는 봄소식에 가슴이 콩닥거린다.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육지에서 봄소식을 들으려면 부지런히 차를 남쪽으로 내달려야 하는 법. 그렇게 도착한 경남 거제 지심도에서 이른 봄빛을 만끽했다.

지심도, 그곳에 가면 봄소식이 가득 
반나절 차를 달리고 또 달렸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거제 지심도행 배편에 올랐다. 남해 끝자락에 자리한 탓인지 수도권과는 다른 훈풍이 분다.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향긋한 봄향을 맡아보려고 코끝이 저절로 찡해진다. 갑판위에서 봄바람을 쐬며 감상을 즐길 사이도 없이 출항 15분 만에 지심도에 닿았다. ‘동백섬이 아름다운 지심도’ 입간판이 여행자를 환대하며 서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도까지 수역과 남해도, 거제도 등 남부 해안일부를 합쳐 지정한 해상국립공원이다.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선착장에서부터 지심도는 국립공원으로써 부족함이 없는 빼어난 절경을 선사한다. 

 

본격적으로 산책로에 들어가기도 전 잘생긴 동백꽃 한 송이에 시선을 빼앗겼다. 다섯 장의 빨간 꽃잎에 노란색 수술이 한 움큼 들어앉았다. 새색시 다홍치마처럼 곱고 단아한 꽃송이를 윤기 나는 이파리가 둘러싸고 있다.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지닌 동백꽃은 예전에는 혼례식장에서 언약의 상징으로 쓰였다고 한다. 동백꽃은 붉은 꽃송이 째 툭툭 떨어진다. 나무에도 오솔길에도 눈빛에도 가슴에도 동백꽃이 천지로 피었다.
지심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생김새가 ‘마음 심(心)’을 닮았다 해서 지심도(只心島)라 부른다. 비행기도 없던 시절 누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마음 심자를 닮았다고 했을까. 신의 계시를 받아 이름을 짓지 않고서야 절대 불가능한 일 아닌가. 물론 섬사람들의 상상력이라고 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지심도는 이미 봄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섬은 동백나무로 에워싸였다. 사시사철 푸른 동백과 해송, 후박나무 등이 이른 봄 지심도를 포근한 이불을 덮어 놓은 듯 아늑하다. 이들 중 70%가량이 동백이란다. 역시 동백섬, 지심도란 말이 헛말은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지심도는 조선시대에 주민들이 건너와 살았다고 한다. 이후 일제 강점기 군 주둔지로 사용됐고 이를 겪어나가며 원시의 모습을 가진 동백섬이 될 수 있었다. 해방 이후 다시 건너온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가꾸는 힘든 노동 끝에 척박한 땅에 마늘, 고구마, 유자, 밀감 등 농사를 짓고 살았다. 지난 2009년 모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평소 낚시꾼들만 찾던 섬이 일약 유명 관광지로 거듭났다. 지금은 15가구가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민박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거제도의 또 다른 명소,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가슴 아픈 우리 현대사의 한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에는 원주민보다 피란민과 포로를 합한 숫자가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정치적으로도 격동기였다. 공원은 마치 그 증거인양 거제시 중심부에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수용소라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시설은 공원을 조성하면서 재현한 것으로써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온 가족이 함께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곳이다.

최근에 계룡산과 연결되는 거제관광모노레일 승강장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안에 생겼다. 6개월 공사 끝에 올해 완공된 모노레일은 왕복 3.54㎞ 길이로 관광 모노레일로는 전국 최장을 자랑한다. 계룡산 전망대에 서면 거제도 전역은 물론 가까운 통영과 고성, 멀리는 부산과 창원까지 내다볼 수 있다. 쪽빛 다도해 풍광을 배경으로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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