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저 역시 역사가 어려운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학창 시절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이른바 시험용 역사였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 연도를 외우는 데 급급했지요.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역사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던 시점에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라고 여겨왔던 역사를 통해 선조들의 삶을 살펴보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 역사는 제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본문 중에서>

한국 예능의 획을 그었던 MBC <무한도전>이 1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우리에게 무한도전은 배꼽 잡는 즐거움이었고 시사였고 때로는 소통의 장, 추억의 타임머신이었던, 다른 예능과는 사뭇 다른 진짜 예능이었다. 

무한도전의 팬으로써 나만의 레전드를 꼽자면 역사와 힙합 프로젝트 ‘위대한 유산’편이다. 당시 정치적인 문제로 국민들의 촛불 단합이 이뤄지며 우리가 만드는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던 시기도 매우 적절했지만 더욱이 힙합이라는 장르가 급격한 성장을 이룬 타이밍에 역사와 힙합이라는 콜라보레이션은 무한도전의 가공할 만한 기획력을 감탄하게 했다. 

당시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출연한 역사 전문가 설민석 강사가 힙합가수와 무한도전 출연진에게 역사에 대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로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설민석은 “요새 우리 국민 여러분이 너무 힘들다”며 “이 난관을 헤쳐 가는 데 해답을 주는 것이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역사의 다른 의미도 일깨워줬다.

역사와 힙합의 만남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국내 도서관련 책 베스트셀러 안에 ‘역사’라는 카테고리를 추가시키기까지 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가장 인기를 얻었다. 출연 당시 당시 설민석 특유의 말투가 생각나는 신기한 몰입도를 통해 읽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강의를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돼 달달 외워야 했던 지난날의 역사서와는 차원이 다른 공감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종영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시 꺼내 든 이 책은 처음 읽었던 역사 자체의 감동과 함께 설민석이 설명한 ‘역사를 보면 미래를 해결할 수 있는 현재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 실제 왕도 보지 못했던 책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의 1대 왕 태조부터 27대 순종까지 각 왕들의 왕위계승 배경, 성격, 업적 뿐만 아니라 그들이 왜 그런 정책을 펼쳤는지, 그들의 성격, 식습관, 여자(?)관계까지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의외인 부분도 절대적으로 기억해야할 사실도 담겨있어 꾀 두꺼운 책을 어렵지 않게 술술 넘길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무거운 역사를 재미있게 읽었다’라는 생각보다 조선의 왕 그 하나하나의 역사가 현재의 우리나라를 일군 기반이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니 오늘날의 내가 아니, 우리가 만들어갈 현재 또한 미래의 역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매일 찾아오는 오늘은 단순한 오늘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현재는 미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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