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그녀는 분명 죽어 있지 않았어!…내가 이마에 입을 맞춘 다음에도, 그녀는 내 곁에 지극히 자연스럽게 내 곁에 머물러 있었어…아! 얼마나 좋던지…누군가에게 키스를 하는 것 말이야… 오, 자넨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네…하지만 나는…나는 말이네 엄마조차…그 가련한 엄마조차 내가 키스를 하려고 하면 기겁을 하셨었지…훌쩍 뒤로 피하곤 하셨어…내게 가면을 던져주고는 말이야…그 어떤 여자도, 결코, 단 한번도…! 내겐 기회가 없었어….
<본문 중에서>

‘썸’이라는 말이 있다. 왜 우리가 함께 밥을 먹을까?, 왜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지? 등 썸은 남녀관계에 있어 확실하지 않은 어중간한 포지션이 포인트다. 대신 풋풋함과 설렘, 공식적인 연인이 되기 전 복잡 미묘한 감정을 통해 서로를 탐색하는 단계로 활용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썸은 한없이 가볍고 기분과 상황에 따라 변화며 책임이 없는 관계다.

썸보다 깊다고 할 수 있는 관계, 연애 또한 사랑을 전제로 한 남녀의 만남이다. 서로의 도덕적인 책임의식과 관계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관계다. 하지만 이러한 만남 또한 몇 달, 몇 년의 유지에 상관없이 서로의 상황에 따라, 사랑의 깊이에 따라 변하게 된다. 

결국 가족보다, 친구보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했던 관계는 아무도 지켜주지 못한다. 좋았던지, 나쁘던지, 행복했던지, 슬펐던지 등 오롯이 서로의 감정으로 인해 유지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실제 남녀의 헤어짐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보상받을 수 없다. 그간의 추억만이 남겨진 전부다. 누구의 잘못에 의해서나 서로의 감정이 처음과 같지 않아서 기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합법적인 연인,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은 허무하다. 

이처럼 견고하지 못한 연인관계의 책임의식까지 낮추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썸이라는 만남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말이다. 

이미 뮤지컬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원작 소설보다 유명한 뮤지컬 넘버로 무게중심이 다른 방향으로 쏠리긴 했지만 책을 통해 만나본 오페라의 유령은 그저 한없이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한 남자일 뿐이다. 납치, 감금 등 다소 과격한 사랑표현이 있지만 사랑받지 못한 사람의 방법이다. 실제 그는 어머니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가면조차 어머니에게 받은 것이다.

최초의 사랑,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남자는 스스로 어둠을 찾아 나섰다. 칠흑 같은 어둠에 의지해 오던 그에게 노랫소리가 전달된다. 아마 오페라의 유령은 여배우의 화려한 외모가 아닌 어둠에 한줄기 빛이었던 그 음성을 통해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의 사랑은 지독했고 사랑받지 못했던 그의 영혼은 소유라는 맹목적인 욕심으로 덮어졌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행복을 택했다. 자신의 사랑보다 그녀의 행복을 바랬던 것이다.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말이다.

사랑받았기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사랑했기에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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