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할 것 없이 집을 나설 때는 외모에 무척 신경을 쓴다. 화장으로 이곳저곳을 감추고, 옷은 무얼 입을까, 신발은 무얼 신고 손가방은 무얼 들까 등 외출 준비하는 시간이 꾀 오래 걸린다. 여자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왜 그럴까?

길거리를 걷거나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이나 회의장에서 뭇 사람들이 나만 바라본다는 착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옷에 김칫국물 같은 뜻하지 않은 얼룩이 묻었거나 그날 입은 옷이 영 맘에 들지 않을 때 모든 사람들이 나는 보는 것 같아 무척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관심이 온통 자기에게 쏠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하면 자신이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착각이다. 이런 스포트라이트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자기 마음속에만 있을 뿐이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서 자기 머리 위에 비추고 있을 뿐인 스포트라이트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라 한다. 스포트라이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인간의 ‘자기중심성’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 중에 ‘자기중심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은 자신밖에 알 수가 없는 존재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자기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듯 다른 사람들도 자기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착각이다. 인간은 타인에 관한 정보에 별로 깊은 관심을 두지 않으며 보고 들었다 하더라도 오래 기억하지도 않는다. 돌아서는 순간 잊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건 누구나 같다. 그런데 인간은 유독 자기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미국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 사회심리학 교수인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D. Gilovich) 박사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한 학생에게 어떤 삼류가수의 얼굴이 새겨진 우스꽝스러운 티셔츠를 입고 대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실험실에 들어가게 했다. 이때 몇 명이 티셔츠의 얼굴을 보았을까?

티셔츠를 입은 학생은 40% 정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0%였다. 다른 실험에서는 입은 학생은 48%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8%에 불과했다. 많은 실험에서 평균적으로 이상한 티셔츠를 입은 학생은 약 50% 정도가 그런 모습을 보았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약 10%에 그쳤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아무리 특이한 티셔츠를 입었다 할지라도 자신이 입지 않았을 경우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오래 기억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옷이나 헤어스타일 등에 대해서만 다른 사람들이 관심과 시선을 집중할 거라는 상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착각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자기중심성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자기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자기중심성이 이런 착각을 유발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를 내가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군중 속에 있는 한 보통사람일 뿐이다.

당신의 행동에 다른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고 오래 기억하지도 않는다. 지난 주 강의를 망쳤고 언어구사를 매우 촌스럽게 했다고 생각돼 나는 여전히 기분이 나쁜데 듣는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런 일을 눈치 챘다 하더라도 금방 잊어버리고 오래 기억하지도 않는다. 당신은 옆의 누군가가 실수를 하거나, 바보 같은 말을 했거나,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나왔을 때 그것을 얼마나 기억하는가? 아마 돌아서면서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실수나 우스꽝스런 행동에 대해서는 몇 날이고 몇 달이고 되새김질 하는 수가 있다. 바로 스포트라이트 효과 때문이다.

아브라함 링컨은 말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한 말이나 행동에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며 오래 기억하지도 않는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지나치게 주목하고, 머릿속으로 지나치게 과장하고, 너무 많이 걱정하고, 그리하여 그 생각에 사로잡혀 현명한 의사결정을 못하게 되는 수가 많다. 

인간은 누구도 항상 완벽하지 않고, 누구도 항상 잘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도 항상 실수 없이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나를 압박해 완벽한 인간으로 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군중 속에 섞여 사는 나를 그저 평균적 군중으로 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나를 편하게 하는 삶이다. 그럴 때 오히려 나는 나다운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을 할 수가 있다.

나에게 너무 관심을 두지 말고 나를 그냥 내버려두고 때로는 무관심하게 되는 대로 나를 보는 습관을 가지면 나는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좀 못하면 어때, 실수 좀 하면 어때, 덜 완벽하면 어때, 이렇게 말이다. 모든 인간은 다 그렇게 산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너무 속박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 자기중심적 편파에서 벗어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인위적으로라도 스스로를 놓아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덜 피곤하고 인간관계도 더 원만해질 수 있다.

당신에게 왜 패가망신하는 다단계를 하느냐고 충고하는 사람이 있는가? 신경 쓰지 마시라. 그저 해본 소리다. 성공학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나폴레옹 힐은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값싼 제품은 충고이다.” 그 사람이 진정으로 당신을 걱정해서 그런 말을 했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그 사람은 돌아서는 순간 그 말을 기억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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