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봄봄봄’ 봄이 왔다. 대동강 물이 녹는다는 우수와 경칩이 지났으니 두꺼운 겨울옷도안녕이다. 꽃내음에 취해 도착한 곳은 노오란 솜털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의성 산수유마을. 산수유꽃은 수채화처럼 그윽하고 풋사랑처럼 달콤하다. 조문국 고분군에는 세월의 더깨가 차곡차곡 쌓여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산수유향을 쫓아 의성으로 떠나본다.

풍요의 땅 의성에 봄이 왔다
의성의 안계평야는 황톳빛이 감도는 비옥한 땅이다. 이 땅에서 황토쌀과 마늘을 재배한다. 마늘은 전국에서 생산량 1위를 자랑한다. 평야 주변은 해발 500m 안팎의 야트막한 산들이 에두른다. 그 한가운데를 낙동강의 지류 하천인 위천이 흐른다. 삼한시대 초기 국가인 조문국이 의성을 주 무대로 나라를 세웠는데 이러한 지형적 이점을 고려한 것이리라. 새옹지마처럼 사로국(신라의 전신)은 호시탐탐 조문국의 비옥한 영토를 노려 2세기 말 조문국을 삼켜 버렸다.
의성 산수유마을을 찾기에 앞서 금성산 고분군으로 먼저 향한다. 도로변을 따라 산수유가 수줍게 피었다. 봄 아지랑이가 넘실거리는 도로를 달려 도착한 의성 금성산 고분군. 고분이 드문드문 모이는 것 같지만 모두 200여 기에 이르는 꽤나 넓은 고분 군락지다. 출토된 유물로 보아
5~6세기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 고분보다 규모가 조금 작아 보인다. 고분전시관에는 대리리 2
호분에서 출토된 유물과 순장 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재현해 놓았다. 주차장 왼편에 있는 정자에 오르면 고분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산책로를 따라 쉬엄쉬엄 걷다보면 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산책로 구간은 약 1km남짓이다.

 

꿈길 같은 곳, 산수유 꽃피는 마을
산수유마을로 알려진 ‘산수유 꽃 피는 마을’은 사곡면에 자리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지로 알려진 이곳은 봄에는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꽃이 피고, 가을에는 빨간 점을 콕콕찍어 놓은 것 같이 열매가 맺힌다. 안계평야가 있는 금성면과 달리 산줄기를 따라 골짜기가 이어지고 마을은 비탈진 곳에 자리한다. 학교와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은 볕이 잘 드는 ‘양지리’이고 반대쪽은 산 그림자에 가려진 ‘음지리’이다. 의성 산수유 꽃 피는 마을에는 마늘밭이 끝없이이어진다. 마을과 야산, 개울과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20여 리에 걸쳐 산수유나무 3만여 그루가 심겼다. 수령은 대략 300년 정도이다. 좁은 땅에 뿌리를 내려서일까, 줄기가 방사형으로 넓게 번졌다. 화사한 꽃에 비해 나무껍질이 거칠고 볼품이 없다.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꽃말의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짐작건대 겨울을 이겨낸 투박한 나무껍질과 봄에 생명처럼 피어나는 노란 꽃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메말라 죽은 듯한 나무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영원불멸하는 사랑의 꽃을 피워내니 말이다. 시인 박목월은 시 <귀밑 사마귀>에서 “산수유꽃 노랗게 흐느끼는 봄”이라 했고, 소설가 김훈은에세이 <자전거 여행>에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그렇다.산수유꽃은 나무가 꿈꾸는 봄이다. 그것도 겨울을 이겨내고 맞이하는 눈물 어린 감격에 흐느끼는봄이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방법 : 내비게이션에 ‘화전리 산수유마을’을 검색하면 된다.
주소 : 경상북도 의성군 사곡면 산수유길 2
주변맛집 : 삼미마늘닭(054-833-0107)은 튀긴 닭에 간장소스를 덧입히고 의성마늘과 매운 고추
가 들어간다. 마늘의 알싸한 맛 때문에 더 감칠맛이 난다. 간장소스를 발랐지만 바삭
함은 살아 있어 식감이 아주 좋다.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소개되면서 요즘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바쁠 때 가면 조금 불친절할 수도 있으니 여유 갖고 갈 것.
문의 : 의성군청 관광과 054-830-6096 / 의성 산수유 꽃 피는 마을 054-834-3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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