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다단계판매 채널 종료…업체들, 알뜰폰·물류·방판으로 전환 고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동통신 다단계판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지난달 24일부터 다단계판매원에 대한 신규 승낙 및 보수 교육 운영종료를 선언해서다.

사전승낙제는 지난 2014년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라 생겨난 제도로, 통신 사업자가 특정 자격을 판별해 통신상품·서비스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다. 따라서 사전승낙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단계판매를 통한 휴대폰 판매 활동은 불법이다. KAIT는 이동통신 3사가 휴대폰 다단계판매 채널 종료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실제 SK텔레콤과 KT는 지난해,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다단계판매 채널을 각각 정리했다. 더 이상의 신규 승낙이나 보수 교육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어쩌면 이는 예견됐던 일일지도 모른다. 다단계판매 시장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으나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이동통신 다단계를 조명해봤다.

장밋빛에서 잿빛으로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분야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이동통신 다단계판매가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인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객이 곧 판매원이 되면서 도·소매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점으로 이동통신 다단계는 당시 상당한 메리트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물류 다단계판매 기업들의 성장과 통신상품에 대한 수익성 하락이 겹쳐지면서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위기에 봉착하게 됐고 이때 많은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기업들이 사업을 물류 쪽으로 전환했고 문을 닫은 업체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소수의 기업만이 ‘이동통신 다단계’ 기업으로 남게 됐다.

그랬던 이동통신 다단계판매가 지난 2014년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다시 호황을 누리게 됐다. 동등한 공시지원금 지원이 골자인 단통법 때문에 소비가 수익(수당)이 되는 구조의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계에 수요가 몰리기 시작한 것.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5 다단계판매 주요정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24억원의 매출로 14위를 기록했던 IFCI(현재 봄코리아)는 2015년 2031억원 매출을 올리며 6위에 링크됐다. ACN코리아 역시 1217억원 매출을 올리며 16위에서 9계단 상승한 7위에 이름을 올리며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계의 대표주자 두 업체 모두 국내 다단계판매 업계 탑10에 포함됐다. 이밖에도 11위에 링크된 앤알커뮤니케이션은 전년대비 17.60%의 성장률을, 15위에 이름 올린 아이원 역시 전년대비 46.65%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다단계가 급속히 가입자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에게 돌아 갈 수 있었던 이익을 정부가 단통법 등으로 규제함에 따라 소비자들 스스로 판매자가 돼 적극적으로 이익을 환원 받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되고 말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법이 발생하고, 피해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특히 가입자 모집 과정에서 구형 단말을 고가에 판매하고, 불법 리베이트나 과다 수수료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15년 말 ‘이동통신서비스 다단계판매 지침’을 시행했다. 이용자의 지위에 있는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되는 모든 경제적 이익은 공시지원금의 15% 범위를 초과할 수 없고 신규가입자에게 일반 이동통신 대리점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더불어 다단계판매 업체가 특정단말기, 고가요금제 등의 사용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불이익을 주는 등 이동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조건변경 포함) 및 해지를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사업자가 다단계 대리점에게 정상적인 상관행에 비춰 현저히 유리한 요금수수료와 과도한 유치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휴대폰 다단계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IFCI(현 봄코리아)와 B&S솔루션, NEXT, 아이원 등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체 4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방문판매법 제23조 1항 제9호에 의거 상품가격이 160만원을 초과하는 제품은 판매할 수 없는데, 이들 업체들은 ‘휴대폰 단말기 가격과 약정요금’을 합쳐 160만원이 넘는 이동통신 상품을 다단계판매원과 소비자에게 판매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업체들은 아직 제공되지 않은 이동통신 서비스라는 점과 단말기·이동통신 서비스는 별개의 상품인데 단말기 값과 약정기간 동안의 요금 총액을 한데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하는 것은 금액 산정방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랜 법정다툼 끝에 재판부로부터 방문판매법상 다단계 상품 판매가격에 약정 통신요금까지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일부 승소판결을 얻어냈지만 업체들에게 남은 건 상처뿐이었다.

이러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동통신 다단계판매는 지난 2016년 정기국회에 이슈가 되면서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국정감사 당시 고가 요금제, 구형단말기, 초과된 후원수당 등의 부당행위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집중질타를 받은 것.

사실 국정감사가 열리기 전 SKT와 KT는 그해 다단계판매 영업 전면중단을 선언했지만 LG유플러스는 이미 이뤄진 계약 관계며 일방적으로 일시에 중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다단계판매 영업방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하지만 권영수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나가고 맹공이 이어지자 결국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공정거래위원회 관련법, 계약기간 등을 고려한 후 중단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백기를 들었다.

사실 이동통신 다단계판매로 유입된 가입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LG유플러스 입장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업계 3위지만 다단계판매로만 봤을 때 압도적인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2015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다단계판매 가입자 수는 총 55만2800여명이다. 이중 43만5000여명(78.7%)이 LG유플러스 가입자이며 KT가 6만6200여명, SK텔레콤이 5만1600여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LG유플러스는 2017년 초부터 다단계판매 영업을 축소, 올 초 다단계판매와 완전히 결별하게 됐다.

업체들, 알뜰폰 혹은 물류로 전환

사실 이러한 논란이 몇 해 전부터 불거져왔던 탓에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미리부터 이를 대비했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부 업체들은 알뜰폰으로 전환했고 몇몇 업체들은 아예 물류사업으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

실제 ACN, 봄코리아 등 이동통신 다단계판매 업체는 알뜰폰을 판매하면서 물류사업을 시작해 등록한 회원들의 수익 구조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알뜰폰 운영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알뜰폰의 경우 단말기를 보유할 수 있는 자본력이

뒷받침 돼야한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할부로 구매하는 단말기 비용에 대한 수익도 할부로 받게 된다. 쉽게 말해 90만원의 단말기를 30개월 할부로 계약된 알뜰폰이라면 업체에게는 매월 3만원의 수익이 일어나는 것이다.

요금제 개발의 어려움도 있다. 알뜰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선발주자들의 요금제와는 차별화된, 다시 말해 좀 더 저렴한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개발 자체도 오랜 시간이 걸리며 역량인원 또한 충족 돼야 한다. 만약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이미 알뜰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해당 이동통신사에게 승인받아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인 문제가 된 후 정부의 지속된 제재로 판매가 급감했다”면서 “일부 알뜰폰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유명무실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업체들은 이동통신 다단계판매를 버리고 방문판매로의 전환을 고심하고 있다. 실제 C사 관계자는 “현재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다단계판매 이전에 방문판매 채널도 함께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향후 방문판매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혹독한 칼바람을 맞으면서 견뎠지만 결국 꽃피는 봄날은 오지 않았다. ‘다단계판매’라고 하면 사라져야 될 것으로 치부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오늘날 이동통신 다단계판매를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든 셈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이동통신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언제 무엇을 문제 삼아 칼날이 다시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 시장이 하루 빨리 부정적인 인식을 탈피해 타당한 규제의 틀 속에서 정당한 경쟁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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