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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日 상품 불매

기사승인 2019.09.09  15: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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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가 지났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는 국면이다. 맥주, 담배처럼 대체할 수 있는 국산이 존재하는 일본 상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토바이와 같이 일본 수입 비중이 절대적인 상품까지로 확대됐다. 

소비자 차원의 불매에서 도·소매 공급자들까지 전방위적으로 동참에 나선 상황이다. 상당수 시민들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한반도에 대한 경제침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제는 다르다. 두 번이나 침략당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결기가 일본 상품 불매의 근저에 있다는 의미다. 종료시점을 예단할 수 없다. 

“현재 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 제품이 없어도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고 있고요.” 두 달 가까이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한국마트협회 김성민 협회장의 말이다. 

한국마트협회는 지난 7월5일 한국마트협회 회원사 200여 곳의 참여 속에서 아사히와 기린, 삿포로 등 맥주와 마일드세븐 등 담배류 전량을 반품처리하고 발주 중단에 돌입한다고 알리면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지속 중이다. 

김 협회장의 발언은 불매운동의 여파로 회원사들의 매출에 타격이 있지 않을까 했던 일각의 우려를 일소하는 진단이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몇 달 사이에 끝날 수 없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지난 7월1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글에서부터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확산되면서 자체 동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는 택배 노동자들까지도 합류했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잇는 배송 주체의 합류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삼위일체를 이뤘다. 좀처럼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동조합은 최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하며 유니클로 배송 거부로 불매운동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알리기 위한 회견이었다.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 확산의 도화선이 됐던 기업이다.

노조 측은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투쟁을 폄하하고 전범기인 욱일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대표적 일본기업”이라며 “택배노동자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유니클로 배송 거부 운동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송거부 방식은 유니클로 박스에 담긴 제품은 배송 거부 의사를 회사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SNS에 배송 거부 인증샷을 올리고 택배차에도 경제보복 규탄 스티커를 붙이며 불매운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몽니를 부리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유니클로 배송을 거부하겠다”며 “국민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가 국민에 더 가깝게 다가가 잘못된 역사를 심판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불매 확산 도화선 된 ‘유니클로’

소비자들은 일찍부터 유니클로 상품 불매를 시작했다. 일본 상품 불매에 동참한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텅빈 매장’을 인증하는 사진들을 잇달아 올리면서 유니클로 불매 분위기를 북돋았다. 연매출 1조원의 글로벌 의류 회사인 유니클로지만 불매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휘청거렸다. 국내 판매가 크게 위축됐다. 

유니클로는 일본 수출규제로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구로점과 종로3가점의 폐점을 알린 데 이어서 이마트 월계점도 9월 중 영업을 종료한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4월 이마트는 이마트 월계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의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의류매장 리뉴얼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와 유니클로 측은 계약조건 등을 이유로 5월경 이미 영업종료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으로 최근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한 것도 월계점 폐점 결정에 영향을 줬으리라고 분석했다. 최근 불매운동 이후 유니클로의 전 지점 매출이 급감한 것이 사실로 확인돼서다. 

유통가에서 파악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8개 신용카드사의 유니클로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4000만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7000만원으로 70%나 급감했다. 8월 매출 집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불매운동 이전과 비교해 매출 급감이 더욱 진행됐을 것이란 게 유통업계의 관측이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일본에서 수입되는 맥주 판매도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이마트의 일본 맥주 매출은 6월보다 약 63% 줄었고, 편의점 CU의 7월 매출도 전월보다 51% 줄었다. 

일본 맥주는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 농수산품목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2018년 7830만달러)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맥주 수출의 60%가 한국으로 향하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 교역 품목이다. 

일본 맥주 수입사들은 불매운동으로 실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사들은 재고손실 처리까지 우려하고 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데다 유통채널마저 발주를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 수입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수입한지 1~2주 만에 다 판매가 되는데 지금은 판매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채널 발주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재고떨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으로 일본 맥주 판매가 급감하자 재고가 쌓이면서 대형마트들이 신규 발주를 중단했다는 의미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최근 일본 맥주 발주를 사실상 중단했다. 롯데마트는 아사히, 기린, 삿포로, 산토리, 에비스, 오키나와 등 일본 맥주 6종에 대한 신규 발주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맥주의 경우 자동 발주가 되는 시스템인데 해당 맥주 6종의 재고가 쌓여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재고가 쌓여있어 신규 발주를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일본 맥주 재고가 급증하면서 일본 맥주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일본 맥주 매출은 무려 60%이상 떨어졌다. 한 달 새 매출이 48% 감소했다. 

역설적으로 매출 급감은 불매운동 직전 수입사들이 대규모 수입을 했기 때문에 수치가 더 도드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맥주의 6월 수입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수입사들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한 몫 잡으려 대거 수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7월 초부터 시작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맥주에 집중되면서 수입사들은 창고에 한가득 재고만 쌓아놔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전년 동월보다 10.1% 증가한 946만㎏이었다. 대략 1kg을 1ℓ로 환산하면 500㎖캔으로 1900만개에 달하는 양이다.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판매 흥행을 기대했다는 방증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 맥주는 국내 수입맥주시장에서 부동의 판매 1위를 기록했고, 판매 추이도 상승세였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의 추락은 주요 편의점들이 할인행사에서 일본산을 제외하면서 한층 가속화되는 중이다.

편의점 CU는 8월부터 수입 맥주 ‘4캔=1만원’ 할인행사에서 아사히, 기린이치방, 삿포로, 산토리 등 일본 맥주 10종과 호로요이 4종을 모두 제외했다. 또 CU는 에비스 등 5개 일본 제품에 대해서는 발주를 중단했다. GS25도 수입 맥주 할인행사에서 일본산 제품을 제외하고, 체코 맥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코젤과 필스너우르켈 제품은 물론 미니 사케 등에 대한 판촉 행사도 중단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수입 맥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산과 일본 기업이 보유한 코젤 등을 제외하기로 했다. 미니스톱도 아사히, 산토리, 코젤 등 총 28종의 일본 맥주를 할인행사에서 뺀다. 미니스톱 본사는 지난달 각 점주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지했다.

일본 소비재 줄줄이 ‘매출 하락’

화장품 시장에서는 일본 브랜드 DHC가 불매운동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유통가 불매운동 확산의 도화선이 됐던 유니클로 측의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약과였다. 
DHC는 ‘막말’과 ‘혐한’ 방송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단순 불매가 아닌 한국 내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일본에서 자회사로 방송국을 두고 있는 DHC는 한국을 비하하고 역사를 왜곡해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극단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이 방송에서 한 패널은 “조센징들은 한문을 썼는데 한문을 문자화시키지 못해서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 지금의 한글이 만들어졌다”고 억지 주장을 펴는가 하면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에 예술성이 없다”는 등 막말을 했고,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국내 소비자들은 “진짜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돈 벌어가는 주제에 감히 저런 말을 하다니…불매가 아니라 퇴출이 맞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DHC는 일본에서 2016년 기준 통신판매와 화장품 건강식품으로 1위를 점하고 있는 회사이지만 소비자들의 합리적 분노로 국내 매출은 급감하고 여러 매장에서 퇴출되는 추세다. 국내 주요 헬스앤뷰티(H&B)스토어들은 DHC 제품의 발주를 중단하거나 매장에서 진열을 뒤로 빼고 있다. H&B스토어 1위 올리브영은 DHC 제품을 후진 진열하라는 변경 지침을 전 매장에 고지했다. 또 DHC 제품의 재고가 없을 경우 매장 내 창고에 보관하도록 해 사실상 DHC 제품을 매대에서 빼기로 했다.

올리브영 측은 “취급하는 DHC 제품이 클렌징오일과 건강기능식품 정도로 많지 않은데, (부정적 여론 형성으로) 해당 제품을 보이지 않게 진열하도록 변경 지침을 내렸다”며 “발주 중단과 철수 등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스토어 랄라블라도 DHC 제품에 대해 온·오프라인 발주를 중단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롭스 역시 온·오프라인에서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올리브영과 랄라블라에서 DHC 매출은 최근 열흘간 전년에 같은 기간에 비해서 각각 17%, 9.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커머스에서도 DHC 매출은 90%가량 감소해 동일한 추이를 보였다.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기존에도 많은 제품이 판매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달 들어 매출이 급감했다”며 “클렌징·필링용품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해당 제품 매출 감소가 전체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자정능력 갖춘 소비자운동 성숙 계기
불매운동에 대한 학술적 정의는 ‘소비자가 경제문제뿐 아니라 정치적·윤리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특정 제품이나 기업, 정부 등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구매를 포기하거나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사적 행동, 그리고 타인으로 하여금 동참하도록 홍보, 호소, 설득하는 공적 행동을 포함하는 총체적 행위’이다.

국내 시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현재 유통가에서 이처럼 실제 효과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본 상품을 국내에서 구매하지 않는 것이지만, 수입 관련 종사자 중 상당수가 내국인들이어서 결국 우리에게도 피해가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불매운동이 양날의 칼이라는 의미다. 

지난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극단을 향하는 한일관계, 출구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일본 상품의 불매운동이 지나치게 확전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우진 교수(고려대 경제학과)는 이날 토론회 발제문에서 “한 국가가 소재·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것을 완결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비효율”이라며 “한일 양국은 그동안 국제 분업체계에서 서로 이익을 얻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관련해 “제품 불매나 일식 안 먹기 운동 등은 결국 국내 중소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큰 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불매운동이 이 같은 우려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의견과 그에 따른 의사 표현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일제 불매운동의 동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과도해지면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이번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한국 소비자운동과 한국 시민사회의 성숙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임운택 교수(계명대 사회학과)의 “시민사회의 불매운동이 경계선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며 “초기에는 불매운동이 들뜨고 과잉됐지만 지금은 서울시 중구청에서 건 ‘노 재팬’ 깃발을 내린 것처럼 자정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하는 배경이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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