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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며느리를 며느리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기사승인 2019.10.08  17: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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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

 

“어머니, 며느리는 손님이에요. 제 남편이 저희 집에 가면 그렇듯이 저는 아드님보다 멀고 어려운 존재입니다. 어머님 댁에서 설거지 같은 건 제가 호의로 해드릴 수는 있지만 저한테 하라 마라 하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며느리는 ‘손님’이라고 말한 것은 거한 대우나 대접을 받고 왕처럼 시댁에 군림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손님이 집에 방문했을 때 주인이 ‘남의 집’이라는 장소에 와서 낯설고 조심스러워하는 손님을 배려하여 편안히 지내게 해주려는 것처럼 며느리에게도 그저 손님 대하듯 배려하고 조심스러워야 함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본문 중에서

명절이 다가오면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있다. 꽉 막힌 고속도로를 어찌 뚫고 내려가야 하나 걱정하고 또 내려가서는 어찌해야 하나 등등 내려가기 전부터 걱정이고 내려와서도 걱정이고 올라오면서까지 걱정인 게 바로 ‘대한민국 며느리’이다.

<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했는데 왜 나를 지키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결혼을 통한 행복이란 왜 그토록 꽁꽁 숨겨져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진, 결혼생활 부적격자였던 독립영화 ‘B급 며느리’의 주인공 김진영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영화는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겪어온 불합리에 맞서는 진영과 그런 며느리를 못 마땅히 여기는 시어머니, 그리고 중간에서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 고생하는 감독의 모습을 희극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며느리는 결국 시댁에 방문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하지만 손자를 챙기려는 시어머니와 지속적으로 얽히게 된다. 갈등을 풀어보려는 중간자인 감독에게도 불똥이 튀어 부부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전혀 생소하지 않다. 명절 전후는 고부갈등을 비롯한 가족 간의 다툼이 잦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결혼을 선택했는데 갑자기 가족 서열의 가장 밑으로 들어가 그 많은 도리들을 지켜야 되는지, 또 뻔히 보이는 불합리함임에도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게 우리네 며느리들이다.

이러한 며느리의 삶이 아닌 나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며 목소리를 내는 게 <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끊임없이 소통하길 요구했고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아픈 곳은 건들지 말라고 목청껏 외친다. 그래서인지 읽으면 읽을수록 한구석이 아프고 통쾌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걸 어떻게 겪고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저자는 나를 찾는 과정이었다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얘기한다.

고분고분한 며느리를 원하는 것은 시어머니만의 소원이 아니다. 남편을 포함해 시댁의 모든 구성원들, 나아가 한국사회는 며느리가 궂은일들을 묵묵히 참아내며 불편한 내색 없이 주어진 몫을 해내기를 원한다. 단지 시어머니는 ‘도리’라 칭하는 그 ‘의무’의 대변인이 되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사람일 뿐이다.

고부갈등은 새로이 가족으로 엮인 모든 사람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단지 두 여성의 유치한 기 싸움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다들 그러고 살았어도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주자고 누구든 나서서 말해야 한다. 무모해보였던 진영의 발버둥이 읽으면 읽을수록 슬기롭다고 느껴진다.

책의 모든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한 가지는 누구나 그 역할에 존재가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존재 자체가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 것, 그 노력의 시간 동안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또 누군가는 비난받더라도 이 노력이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A급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며느리는 여성이 가진 수많은 역할 중 하나일 뿐이다. 며느리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딸이고, 살가운 친구일 테고,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일 뿐이다. 누구도 역할에 그 존재가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김미림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저작권자 © 넥스트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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