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코로나 피해에 기존 규제가 겹쳐 이중고 호소…한시적 해제 제언 잇따라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유통업계가 최근 유통 관련 규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용 효과가 높은 유통업체 생존을 위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라도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통업계, “벼랑 끝에 내몰렸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지난 12일 ‘코로나19 경제적 충격 극복방안’ 긴급 건의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아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워지는 분위기와 추세를 꺾으려면 추경 규모를 대폭 늘리는 등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는 “현재 추경규모인 11.7조원의 성장률 하락 방어효과는 0.2%p에 불과하며, 2009년 경제위기 때의 추경규모(28.4조원)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시장에서 예측되고 있는 1%p 하락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논의시 대규모 추경편성을 여야가 합심해 적극 검토·반영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와 더불어 유통, 항공·해운, 건설, 석유화학 등 업종별 상황과 그에 따른 방안도 함께 건의했다. 특히 유통업계는 코로나19 피해에 기존 규제가 겹치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상의 측은 “유통업계의 경우 다중이용시설 기피 현상 때문에 매장 방문객이 급감하는 대신 생필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월 2회 의무휴업일과 영업금지 시간(오전 0~10시)에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며 “한시적으로라도 이런 규제를 풀어달라”고 제안했다.

또한 점포 방문객이 급감했음에도 ‘교통유발부담금’을 전년도 기준으로 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수요를 억제하고 교통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자체가 유통업체에 부과하는 일종의 준조세(세금은 아니나 꼭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2014년 이후 매년 약 25% 상승하고 있어 업체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낸 교통유발부담금은 217억원에 달하고 롯데마트는 191억원을 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회원사로 있는 유통단체 한국체인스토어협회도 최근 정부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요청문을 보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만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예외로 허용해달라는 요구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고 휴업 일에는 영업을 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주문을 받거나 배송도 할 수 없다.

협회 측은 건의서를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방역구호품·생필품의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고 있지만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일 등 규제로 매장에서 ‘온라인 구매 물품 배송’이 원천 불가능하다”며 “대형마트는 대규모유통 인프라, 온라인 주문·배송 시스템이 지역권역별로 구축돼 있어 안정적 물품 보급 및 체계적 배송 기능 수행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건의사항이 온라인 배송에 한정되는 것이므로 중소유통의 피해도 거의 없고,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추구하는 중소유통 보호 및 상생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입국 거부와 국제선 항공편 중단으로 면세점 업계 상황도 심각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월 국내 면세점 매출 2조247억원으로, 지난해 12월 2조2847억원보다 11.3%(2600억원) 줄어들었다. 2월 셋째 주 기준으로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 줄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소형 면세점에 대해서는 6개월간 25∼30% 임대료 인하를 발표했지만 대형과 중견 면세점은 이 조치에서 제외한 상태이다. 공항 면세점 임대 수익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대부분 내고 있는 실정이라 면피성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이에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사태가 끝날 때까지 면세점 임대료와 인도장 영업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고 요청했다.

직판업계, 3개월 전 통지 한시적 해제 제언

다른 유통업계에 비해 지나친 규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직접판매 업계도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크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8조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의 변경’에 따르면 후원수당의 산정 및 지급 기준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변경할 기준, 변경 사유 및 적용일을 명시해 현행 후원수당의 산정 및 지급 기준과 함께 그 적용일 3개월 이전에 다단계판매원 또는 후원방문판매원에게 통지해야 한다.

다만 후원수당의 산정 및 지급 기준의 변경이 다단계판매원 또는 후원방문판매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거나 다단계판매원 또는 후원방문판매원 전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즉시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는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을 들어 6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이를 즉시 변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언한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연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직접판매 업체들은 예정됐던 세미나나 런칭 행사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전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접판매는 이미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판매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고 고용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나마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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