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우수영문화마을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불멸의 땅 해남 우수영마을. 한때 역사의 큰 소용돌이에 맞서 민족의 얼과 전통문화를 지켜오던 마을이 2015년부터 역사와 전통문화예술, 공공미술이 결합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마을로 거듭났다. 3년에 걸쳐 조성된 지붕 없는 미술관 우수영마을을 소개한다.

1592년 임진년에 왜(倭)가 명(明)으로 가는 길을 열라며 조선을 침략했다. 임진왜란이다. 승승장구하던 왜군은 이순신 장군이 지키고 있는 명량에서 대패했다. 그것도 12척밖에 안 되는 적은 병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명량대첩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전라남도 해남의 우수영마을이다.

우수영마을은 3년에 걸쳐 조성됐다. 회화, 조각, 영상미디어, 공예, 조형 작품 등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작품 55점이 마을 곳곳에 전시돼 있다. 이들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려면 4권역으로 나뉜 권역별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시작은 해남우수영여객터미널 서쪽에 위치한 <우수영 문화마을-soul의 시작>에서 출발한다. 정신, 혼을 뜻하는 영어 ‘소울(soul)’과 웃을 ‘소(笑)’에 울돌목의 ‘울’을 합쳤다. 해석하자면 불멸의 정신이 울돌목의 물소리처럼 웃음소리가 되어 번진다는 뜻일 것이다.

여객선터미널 선착장에는 명량대첩을 승전으로 이끈 일등공신 판옥선이 정박 중이다. 그 옆에는 거북선도 있다. 길옆 담장을 따라 <각인된 기억>이 그려져 있고 벽을 돌아서면 갤러리 <소울 아카이브> 앞에 이른다. 주인 떠난 빈집을 활용해서 우수영마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영상 등을 상설 전시한다. 정겨운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벽화도 있다. <해남 물 긷는 아이들>이다.

이강준 작가 특유의 인간애와 사실적 표현기법이 돋보인다. 이강준 작가의 작품은 <울돌목, 바다가 울다>, <패전에 의한 약탈>로까지 이어진다. 패전의 설욕을 치졸한 방법으로 일삼는 왜군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담았다.

작품들은 평면적인 벽화의 틀에서 벗어났다. 대부분 입체적인 조형 작품들로서 벽화도 부조 기법을 활용했다. 이들 작품은 모두 12점이다. 정종한 작가의 작품 <난중일기>도 같은 맥락이다. 전장을 기록한 <난중일기>를 소재로 했는데 시간의 흐름을 부식된 동판을 이용해 표현했다. 담에 조약돌을 올리고 양각으로 그린 참새와 조각상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우수영마을에 유난히 참새가 많아서 참새조형물을 설치했다고 한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도 있다. 방죽샘, 망해루, 명량대첩비, 충무사가 그곳이다. 방죽샘은 물이 귀한 바닷가 마을에 생명수 같은 우물이다. 방죽샘을 지나 북문과 서문 사이의 토성부분에 해당하는 망해산 정상에 오르면 망해루에 이른다. 누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방이 탁 트인다. 왜군선의 출몰쯤은 한눈에 꿰뚫어 볼 전망이다.

마을을 서너 시간 돌아보고 울돌목해협 앞에 선다.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용암처럼 끓는 급한 물살이 굽어보인다. 바다가 용트림을 하듯 울부짖는다. 그 울음소리에는 “오라, 내 여기서 한줄기 일자진으로 너를 맞으리”라 했던 이순신 장군의 위엄에 찬 목소리가 뒤섞여 있는 것 같다.

여행정보

■ 주소 :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길 76-1

■ 문의 : 우수영문화마을 061-534-4115, 문내면사무소 061-531-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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