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역설이다. 대부분의 산업군이 전염병 확산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은 활황세이다. 농심·삼양식품·CJ제일제당·하이트진로 등 식품업체들은 탄탄해진 내수에 더해서 해외 수출까지 빠르게 늘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텍트(Untact)’란 사회적 흐름 가속화에 신선식품의 온라인매출도 확대 국면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직후 생산, 유통 차질로 실적 악화가 우려됐지만 이들 식품 업체들은 견조한 내수를 기반으로 과거 대비 매출 활성화 비용이 크게 감소되는 추세의 효과를 누리는 중이라고 진단한다. 전염력이 높은 코로나19 특성상 종식의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져서,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평년 수준 이상일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식품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성장 가능성이 높고 사회 및 경제적으로 중요한 5대 식품 유망 분야를 꼽았다. △맞춤형 특수 식품(메디푸드, 고령 친화 식품, 대체 식품, 펫푸드) △기능성 식품(건강기능식품 포함) △간편 가공식품(HMR 포함) △친환경 식품 △수출 식품을 식품 유망 분야로 선정했다.

정부는 대책을 통해 5대 분야의 국내 산업 규모를 2018년 12조 4,400억원→ 2022년 16조 9,600억원→ 2030년 24조 8,500억원으로 확대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정부 정책 아래에서 5대 식품 분야 산업은 향후 4년 간 연평균 8.1% 성장을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5대 식품 유망분야 중 간편 가공식품에서 한국의 라면이 세계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면서 선두를 이끌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가공식품 수출액은 코로나19 및 K푸드에 대한 관심 증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4% 큰 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과거 중국이 성장을 견인했다면 최근에는 미국도 견조한 성장세를 시현 중”이라고 설명했다.

K푸드 대표 ‘라면’ 글로벌 입맛 ‘안착’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라면 수출은 코로나19로 인한 가공식품 판매 증가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급증했다. 관세청의 자료에서 수치가 확인된다.

이를 보면 수출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 라면 업계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무난한 판매 목표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5월 라면 수출은 302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231억원에 비해 36% 증가했다. 이는 관세청이 관련 통계를 기록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1~5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라면 수출 증가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 세계적 곳곳에서 사재기를 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라면의 수출 증가가 나타났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판매된 지역별로는 중국이 압도적인 1위, 미국이 2위를 차지했다. 중국 라면 수출은 8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7억원 대비 51%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346억원으로 전체 수출액의 11.4%를 차지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달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 중 하나인 6·18 쇼핑 페스티벌 등이 진행되면서 올해 연간 라면 수출은 연말 이전에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라면 업체들은 코로나 여파 속 해외 수출에 기대감을 한껏 키우는 중이다.

농심은 올해 해외 수출 목표 실적을 올려 잡았다. 지난해 해외법인(미국·중국·일본·호주·베트남) 매출은 9860억원(약 8억달러)이었다. 농심은 부동의 1위 신라면을 앞세워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19% 증가한 1조1704억원으로 상향 설정했다.

삼양식품은 국내 라면 수출의 45%를 차지한 불닭 브랜드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누적 판매량은 23억개로 이중 절반이 해외 수출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해외에서만 4억6000만개가 판매돼 국내 판매량(1억4000만개)을 크게 앞질렀다.

삼양식품은 별도의 해외 수출 목표를 잡지 않았다. 하지만 매년 연판매 신기록을 쓰며 올해도 급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오뚜기와 팔도는 동남아, 러시아를 중심으로 라면 해외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라면 업계에서는 한국 라면이 동남아, 일본을 비롯한 현지 영업망과 매출처도 확대되고 있어 올해도 수출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제조사들도 각국의 까다로운 조건에 맞춰 신제품 출시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올해 수출도 급성장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라면을 K푸드의 대표 품목으로 꼽았다. 대신증권에서 나온 최근 보고서를 보면 2011년 이후 오뚜기의 라면 시장점유율 확장 기조가 농심, 삼양식품의 수익성에 영향을 주었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점유율 경쟁은 일단락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라면 업계 전반 수익성 개선을 기대했다. 국내 출혈 경쟁 기조 완화뿐만 아니라 국내 라면 기업들의 해외 매출 성장세 역시 긍정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대신증권은 “라면 기업들 중에서는 농심, 삼양식품의 성과가 가장 고무적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농심의 경우 제품은 대표 국물 라면들을 중심으로, 유통 경로는 중국·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점진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삼양식품의 경우 제품은 대표 볶음 라면들을 중심으로, 유통 경로는 중국 총판과 주요 딜러들을 중심으로 성장세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전 이룬 가공식품 ‘상승세’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가공식품 전반의 상승세를 한 목소리로 예상했다. 지난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비용 통제 및 할인율 축소로 수익성 정상화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한 김치, 간편식 등의 높은 성장세가 올해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대신증권의 분석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2017년 이후 3년 동안 주요 가공식품 기업들은 가공식품 카테고리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출혈 경쟁을 벌었다. 시장 비용 집행은 물론이고 할인율 확대로 수익성은 하락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반전세가 확연해졌다. 해외 수출 증가가 희망을 쏘았다는 평가다. 대표 가공식품 기업 CJ제일제당의 미국 슈완스컴퍼니 인수로 지난해 주요 식품 기업들의 해외 매출액은 2018년 대비 237% 성장해 3조2000억원에 달했다.

슈완스컴퍼니 인수 영향을 제외해도 2019년 주요 식품 기업들의 해외 매출액은 2018년 대비 31.8% 성장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에서 식품 안전성이 높게 평가되는 한국산 식품 제품에 대한 선호도 확대가 예상됐다. SNS나 유투브 등의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에 발을 맞춰서 아시안푸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약화될 만한 계기가 있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서 대신증권은 “가공식품 기업들 중에서는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며 “내수 저성장 한계 탈피로 재평가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산 맥주의 경쟁력 상승도 식품업계에서 주목하는 이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레귤러 맥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동시에 생산 효율화가 동반되며 고정비절감이 더해졌다. 이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이 상향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당초 “단일 브랜드의 의존도가 주류 업계 특성상 기출시 제품과 유사 제품 출시 시 카니발라이제이션에 대한 높은 위험 부담으로 연내 주류 시장 내 신제품 출시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파로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던 일본 맥주의 공백이 지속됐고, 일본 맥주의 빈자리는 신선한 콘셉트를 내세운 수제 맥주가 채우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자연스럽게 전반적인 국산 맥주의 경쟁력 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됐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경쟁 기업들의 수익성이 이미 큰 폭으로 악화됐고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 판매량이 월 200만 상자 이상으로 안착된 만큼 급반전을 위한 출혈적 시장 비용 확대 가능성은 낮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테라 출시 초기 기존 브랜드의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감소분 이상을 테라가 상쇄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어 더해서 “제품 출시 초기 수도권, 수도권 외 지역 간의 커버리지 속도 차가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2019년 이후 맥주 부문 순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추정했다.

김정옥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경쟁사 불매이슈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참이슬이 선전하는 가운데 신제품 진로이즈백이 성공했다”면서 “진로이즈백은 초기 10만 상자를 하회하던 월별 판매량이 올해 100만 상자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김정옥 연구원은 “성수기 유흥채널 회복과 함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맥주·소주의 전년비 수량 성장은 기저효과가 사라진 올해 2분기 이후에도 두 자릿수 성장 흐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새벽배송이 이끈 신선제품 ‘성장’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언택트 소비의 급격한 확대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신선식품 시장이 온라인 소비 트렌드, 새벽 배송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켓컬리를 필두로 한 주요 새벽배송 신선식품 업체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 2월 이후 월별 주문실적이 100% 이상 증가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지난 4월에 국내에서는 코로나19가 일단은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오히려 3월보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처음 신선식품 새벽 배송을 이용한 소비자의 재구매가 새벽 배송의 편리함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한경래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에도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이유로 △4차 산업혁명으로 IT 기술 발전의 가속화 △1인 가구 증가 등 언택트 소비에 우호적인 환경 △언택트 소비의 편리함 등을 꼽았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처음 새벽배송을 경험한 이용자들이 느끼게 된 소비의 편리함 덕분에 이들의 재구매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경래 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전에도 새벽배송 시장은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기는 했다. 2015년 100억원 규모에서 2019년 8,000억원까지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에 더해서 코로나 사태는 이 성장 속도를 더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1인 가구의 증가도 새벽배송 시장 성장의 주요 포인트다. 국내 1인 가구는 2010년 1,734만 가구에서 2018년 1,998만 가구로 증가했고 비중은 23.9%에서 29.3%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은 보다 간편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그리고 앞서 분석된 것처럼 이번 코로나19로 처음 새벽배송을 경험한 이용자는 소비의 편리함에 재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온라인 식품 시장이 ‘새벽배송’ 트렌드로 주목받으며 성장했다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쇼핑 및 홈코노미가 생활화되며 트랜드에서 필수 소비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흐름과 맞물리면서 마켓컬리, 쿠팡, 쓱닷컴 등 주요 온라인 업체들의 트래픽 증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온라인 채널 의존도 강화로 물류 및 배송, 매입력 등 조건이 확보된 업체 중심의 수혜 지속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구체적으로 쿠팡의 경우 지난해 오픈마켓 수수료 수익 증가와 물량 확대에 따른 택배 단가 하락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시키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쿠팡의 식품 카테고리는 전년과 비교해서 40%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기존 식품 비중이 10% 미만 정도였던 만큼 향후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래 연구원은 “쿠팡은 신선식품 폐기율 최소화를 위해 로켓 프레시 당일 배송 등 서비스 다양화 및 경쟁력 보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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