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으로 영역확대…통장도 출시

코로나19로 다소 조용해 보이는 유통가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새로운 전쟁준비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언택트 시대와 함께 유통업계의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페이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1라운드가 단순한 결제 시스템 전쟁이었다면, 제2라운드는 ‘오픈뱅킹’까지 앞세운 ‘종합 금융 플랫폼’ 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사들의 종합 금융 플랫폼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페이’는 단수한 결제를 넘어서 출금, 이체, 송금을 지원하는 기능까지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의 전체 결제금액은 80조1453억원에 달한다. 간편결제 시장이 본격화된 2016년(26조8808억원)과 비교해 3년 만에 3배가량 급증했다.

신세계, 업계 최초 오픈뱅킹 서비스

가장 먼저 치고 나온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가 유통업계 최초로 오픈뱅킹 서비스를 론칭했다

신세계는 지난 4월 오픈뱅킹 도입에 따라 ‘송금’ 메뉴를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은행 계좌조회와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오픈뱅킹은 SSG페이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고객이 가진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출금, 이체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SSG페이 앱 메인화면 상단의 ‘송금’ 탭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 동의 후 계좌를 연동하면 별도의 보안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없이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 등 간단한 본인인증만으로 계좌 송금이 가능하다. 연동된 계좌의 거래내역과 송금 이용내역도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다.

SSG페이 관계자는 “앞으로 순차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오픈뱅킹 서비스의 사용 편의성과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SG닷컴은 실제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일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 사업을 신세계아이앤씨에서 양수받아 통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SSG닷컴은 이번 통합으로 자체 마일리지 S머니와 S포켓을 SSG페이 선불 결제 수단인 SSG머니로 일원화해 운영한다. SSG머니는 SSG닷컴을 비롯해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1만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최우정 SSG닷컴 대표이사는 “SSG닷컴의 이커머스 사업과 SSG페이의 핀테크 서비스를 결합해 독보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롯데·쿠팡도 가세

지금의 페이경쟁에서 1R의 승자는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였다. 이미 지난 2014년 ‘스마일페이’를 선보였다. 지난해 기준 가입자수는 1450만명을 넘어섰으며 2018년에는 일반 카드보다 적립률이 최대 8배 높은 스마일카드를 발급, 충성고객을 대거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자체 쇼핑몰뿐만 아니라 SPC그룹과 GS리테일 오프라인 매장, 마켓컬리, 요기요, CGV 영화관 등과의 제휴 확대를 통해 활용도를 높인 것이 이용자 확대에 기여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 역시 연내 오픈뱅킹 도입을 예정하고 있어 결제 플랫폼 기반 사업 확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베이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신라인터넷면세점에 맞춤형으로 구현한 ‘신라페이’를 선보이는 등 스마일페이 시스템의 우수성을 활용한 시스템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며 “스마일페이의 지속적인 확장성을 위해 연내 오픈뱅킹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 시스템인 ‘엘페이’도 현재 오픈뱅킹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오픈한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ON)'을 통해 이런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쿠페이’를 운영하고 있는 쿠팡은 아직 오픈뱅킹 진출 계획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핀테크 사업 전문성을 높인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페이 관련 확장성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쿠팡은 이달 1일부로 핀테크 자회사인 ‘쿠팡페이’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쿠팡의 자체 결제 서비스인 ‘쿠페이’를 담당하던 핀테크 사업 부문을 분사하는 방식이다. 쿠팡은 쿠팡페이를 통해 기존 결제 사업 외에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SK텔레콤, 전자통장 출시

‘페이’를 중심으로 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다 다양한 핀테크 기술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8일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네이버통장’을 출시했으며, 같은날 SK텔레콤도 지난 15일 ‘T이득통장을 출시한다고 예고했다.

네이버가 출시한 네이버통장은 수시입출금 CMA 통장으로, 예치금 보관에 따른 3% 수익뿐 아니라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 시 3%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페이와의 강력한 연동을 기반으로 네이버통장에서 충전한 페이 포인트를 네이버 쇼핑·예약 등 다양한 네이버페이 이용처에서 결제할 경우, 결제금액의 3%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한편 SK텔레콤과 핀크는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국내 1금융권 중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입출금 상품인 ‘T이득통장’을 지난 15일 출시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T이득통장은 자유입출금 통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최대 2%의 금리를 복리로 제공하는 상품이다. SK텔레콤은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시중 금융상품의 금리가 지속 낮아지는 추세에서 2% 금리는 국내 1금융권이 운영하는 자유입출금 예금 상품 중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유통가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유통업계, IT업계, 핀테크업계 등이 상호 융합되면서 새로운 구조의 유통구조가 만들어 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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