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해외 중앙은행 CBDC 추진 상황 발표…내년 파일럿 테스트 실시 예정

코로나19로 비대면, 비접촉 결제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해외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개념 검증과 시범 운영 등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해외 14개 중앙은행의 12개 사례를 분석한 ‘해외 CBDC 추진 상황’ 보고서를 발표, 이들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을 검토하고 내년 1월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반이 CBDC 파일럿 테스트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CBDC 개발 열풍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 CBDC 추진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사 대상 중앙은행들은 자신이 수립한 CBDC 모델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IT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외부와의 협력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CBDC 모델에 대한 외부 검증을 위해 웨비나(웹+세미나), IT 시스템 개발 공모 등도 함께 수행하고 있는 설명이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화폐로, 도입 형태에 따라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간 거래에 쓰이는 거액 결제용,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소액 결제용으로 나뉜다.

거액 CBDC를 도입하고자 하는 중앙은행들은 모두 중앙은행이 개인고객의 CBDC를 금융기관·지급결제 서비스 제공업자 등이 관리하는 ‘직접 운영방식’을, 소액 CBDC의 경우에는 CBDC 시스템에 참여한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중개기관 등에서 원장을 공유·관리하는 ‘간접 운영방식’을 염두에 두고 기술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원장관리는 거액·소액 모두 분산형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산원장은 CBDC 시스템에 참여하는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중개기관 등이 원장을 공유,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미 7개 중앙은행은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한 구현기술을 공개했다.

현재 동카리브, 싱가폴, 일본, 캐나다, 태국, 홍콩 등은 개념검증을 진행 중에 있으며, 스위스와 프랑스는 모델 수립 후 개념검증을 준비 중이다. 또한 바하마, 스웨덴, 중국은 개념검증을 종료하고 시범운영을 준비 혹은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CBDC 개발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은 페이스북 리브라(Libra) 등 민간 디지털화폐로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가 위협받을 것을 대비해 소액 CBDC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준비해왔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고 지폐나 동전 등을 통한 전염 우려로 전자결제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디지털화폐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웨덴도 CBD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CBDC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2017년부터 e-크로나(가칭) 발행의 필요성, 가능성, 잠재적 영향 등을 검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크로나의 이론적 구상을 위한 1단계(2017년), 이를 구체화하고 기술, 법률, 정책 관련 이슈를 분석하는 2단계(2018년), 개발 및 실험 중심의 3단계(2019년 이후 현재 진행 중)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e-크로나 발행 권한을 명시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률 개정 방안도 마련 중에 있다.

동카리브는 금융서비스 이용시 발생하는 높은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최소 지불 금액, 최소 잔액, 송금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 디지털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ECCB)이 핀테크 기업 비트(Bitt Inc)와 블록체인 기반의 CBDC 발행 및 지급 결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도 가까운 장래에 CBDC 발행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미국, 일본 등도 관련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지난 1월 캐나다, 영국, 일본, EU, 스웨덴, 스위스 등 6개 중앙은행은 CBDC 연구그룹을 구성했다.

CBDC 시동거는 한은

한국은행도 CBDC 개발에 동참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CBDC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내년에는 가동 테스트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그간 CBDC 발행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한국은행이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결제가 늘어나며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것을 계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한국은행은 여전히 존재하는 현금 수요, 경쟁적 지급서비스 시장, 높은 금융포용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가까운 시일 내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으나 대내외 여건이 크게 변화할 경우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은 CBDC 도입에 따른 기술적, 법률적 필요사항을 사전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외 중앙은행의 CBDC 관련 기술검토 사례를 참고해 향후 개발할 CBDC 파일럿 시스템에 분산원장 등 최신 IT기술이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IT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미래 지급결제시스템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외 기술보유 업체와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앞으로 외부 기술자문단 구성 등을 통해 전문적인 견해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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