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부터 신비로운 섬 제주. 그 신비의 열쇠를 찾아 제주를 찾았다. 화산과 용암이 만든 수많은 오름과 동굴들.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자 세계인이 주목했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제주는 기억한다. 뜨거웠던 화산의 숨결과 생명을 향한 지극한 구애 섞인 숨결을. 그리고 그 위에 켜켜이 쌓인 역사의 숨결을.

저 종은 누가 엎어놓았을까?

태곳적 신비가 고스란히 응축된 세계자연유산 제주, 그 깊은 숨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제주도 서남부 해안도로를 달린다. 망망한 푸른 바다가 아득한 곳에 이르면 종처럼 봉긋한 산이 보인다. 워낙 모양이 특이한지라 사람들은 이 산에 그럴싸한 이야기를 덧입혔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한라산에서 어느 포수가 백록(白鹿)을 사냥하려고 활을 쏘았는데 실수로 백록은 잡지 못하고 애꿎은 옥황상제의 배를 맞추고 말았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한라산 꼭대기를 뽑아 서쪽으로 던졌다. 이때 한라산 정상은 움푹 파인 백록담이 되었고 내던진 산봉우리는 제주 서귀포 산방산(명승 제77호)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용암이 지표로 분출해 화구 위로 솟아올라, 종을 엎어놓은 모양으로 형성된 화산, 즉 종상화산체이다. 주변이 평지여서 어디에서나 조망이 가능한 산방산은 높이가 340m에 이를 정도로 위세 등등하다.

산방이란 산에 굴이 있다는 뜻으로 산 중턱에 불상이 안치된 해식동굴이 있어 산방굴사라 부른다. 이곳은 제주의 경치 좋은 10곳을 일컫는 영주십경 중 제8경에 해당한다. 산방산 트레킹은 산방굴사까지 오를 수 있다. 들머리부터 산방굴사까지 돌계단이 놓여 있어 안전한 편이지만 생각보다 경사가 급한 곳이어서 꽤 길게 느껴진다. 산방굴사 앞에 서면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용의 머리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닮은 용머리해안과 하멜상선전시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용머리해안 왼쪽엔 조선 시대 봉수대와 같은 역할을 한 산방연대가 있다. 산방굴사 주변 암벽에는 희귀 암벽 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천연기념물 182-5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굴 주변과 굴 천장 암벽에 흥건한 물은 산방산 암벽을 지키는 여신 산방덕이가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라고 한다.

신화의 섬 다운 진면목 용머리해안

삼방산을 내려와 바다 쪽으로 도로를 건너면 제주 사계리 용머리해안(천연기념물 제526호)이다. 용머리해안은 첫인상부터 매우 강렬하다. 이름처럼 용이 꿈틀거리는 형국인 까닭이다. 헤아릴 수 없이 기나긴 세월 동안 층층이 쌓인 사암층 암벽은 파도에 깎여 기묘한 절벽을 이루었다. 실로 태곳적 풍경이다. 또 절벽 곳곳엔 비밀스러운 해식동굴이 여럿 있다. 켜켜이 쌓은 듯 가로로 난 결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이 떠오른다. 깎아지른 절벽 앞으로 평탄한 파식대가 펼쳐져 탐방로로 쓰기에 제격이다. 그 탐방로를 따라 용머리해안 전체를 돌아보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너럭바위 주변에는 해녀들이 좌판을 깔고 해산물을 판매한다. 금방 물질한 해산물에서는 ‘날 것’의 참맛이 느껴진다.

한편 용머리해안 초입에는 낯선 범선이 정박해 있다. 동인도회사 상선인 스페르웨르호의 모형이다. 이 배에는 네덜란드인 하멜이 승선해 있었다. 스페르웨르호는 일본으로 가던 중 1653년 8월 16일 일행 36명과 함께 제주 해안을 떠돌다 뭍에 닿았다. 하멜은 그 후 13년간의 조선에서의 생활을 자세히 소개한 보고서 형태의 《하멜표류기》로 우리나라를 서방세계에 최초로 알렸는데 이를 기념해 재현해 놓은 것이다.

여행정보

■ 내비게이션검색 : 산방산공영주차장 혹은 용머리해안주차장

■ 문의 : 제주관광정보센터 : 064-740-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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