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나치 1급 전범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의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eil)’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와 같이, 인류 역사상 가장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나치들도 개인적으로는 모두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

아이히만은 가정적으로는 자상한 남편이요 자녀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였고, 이웃에게는 그저 친절한 아저씨였다. 그런 그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나 아렌트는 ‘생각 없음’에서 그 해답을 찾았고, 그 후 여러 심리학자들의 실험에서는 상황과 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반사회적 행동이나 비도덕적인 행동은 특별한 사람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고 부적절한 상황이나 시스템의 영향이 충분히 미치면 누구든지 범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Philip G. Zimbardo) 박사의 비유처럼, 아무리 성한 사과라 할지라도 ‘썩은 상자’ 안에 들어가면 곧 썩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썩은 사과’가 개인의 일탈된 행동이라면 ‘썩은 상자’는 잘못된 시스템과 상황이다. ‘썩은 상자’가 성한 사과를 썩게 만드는 것을 짐바르도 교수는 <루시퍼 이펙트(Lucifer Effect)>, 곧 <악마효과>라 부르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악은 특수한 사람, 예를 들면 머리에 뿔난 사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악을 저지르는 사람이건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시스템의 영향을 결정적으로 받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의 행위(B)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는 그 사람(X), 상황(Y), 시스템(Z)이다. 즉 B=f(X, Y, Z)이다. 그런데 상황(Y)은 시스템(Z)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따라서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을 작동시켜 특정 상황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리더는 규칙(Rule)을 만들고, 부하들에게 역할(role)을 부여하며, 특정한 상황을 만든다. 이러한 상황과 권력(Power) 작용을 통해 부하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시스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권력은 거부하기가 힘들다. 시스템 권력의 요구를 거부하게 되면 심한 불이익을 받거나, 심한 경우에는 그 시스템을 떠나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부하들이 이에 순응한다는 게 다양한 실험에서 드러나고 있다.

권위자의 행동은 관찰학습의 모델이 된다

네트워크마케팅의 리더들은 그 직급에 상응하는 시스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권력의 힘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막강하다. 이 시스템 권력을 잘못 행사하면 ‘썩은 상자’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그럼 파트너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모두 ‘썩은 사과’가 될 개연성이 높다.

지금까지 네트워크마케팅이 그 순기능(順機能)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은 사업자 개개인의 병리적 현상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고 작동시킨 일부 회사의 경영진과 사업자들 중 고위 직급자들이 ‘썩은 상자’였기 때문이다. 하위 직급자들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건 말건 내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반사회적, 반윤리적 사고방식이 바로 ‘썩은 상자’이다. 썩은 상자는 오래 지탱하지 못한다. 얼마 못가 쓰레기장에 폐기된다.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 교수의 관찰학습은 네트워크마케터들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보보인형 실험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습된다.

직접적으로 보상을 받거나 징벌을 받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습효과가 있는 것이다.

권위자의 행동은 특히 관찰학습의 모델이 된다. 아이들이 부모의 행동을 따라 배우고, 학생들이 교사의 언행을 따라 배우는 것이 이런 경우이다. 같은 맥락에서 파트너들은 리더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 배운다. 리더가 일탈(逸脫)된 행동을 하면 파트너들도 그런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후진국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후진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대부분 ‘썩은 상자’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마케팅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리더가 ‘썩은 상자’이면 그 조직은 지리멸렬하게 된다.

리더가 좋은 시스템과 상황을 만들어주면 함부로 일탈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반대로 좋지 못한 시스템과 상황을 만들어주면 대부분의 파트너들이 사회계약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것이다. 네트워크마케팅에서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은 회사가 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장수 시대를 맞아 장기간 수당을 받는 것이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다. 짧은 시간에 일확천금하겠다고 덤비면 일탈된 행동이 나오고, 그런 행동은 결국 회사의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결국 기업의 미래는 리더들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 제심합력(齊心合力)하고 휴수동행(携手同行)하자. 아프리카 속담이 영감을 주는 바와 같이, ‘빨리 나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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