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섬에 관심이 쏠린 적이 또 있었을까? 언택트 여행이 주목받으면서 덩달아 섬 여행이 뜨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3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그 가운데 유인도는 500여 개. 비슷한 듯 하지만 각기 다른 색을 뽐내는 섬의 매력에 빠져볼 때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힐링하기 좋은 섬으로 떠난다.

설레는 섬 여행의 시작

승봉도는 작다. 그런데 그런 섬치고는 볼 것이 많다. 섬 지형의 주맥을 이룬 야트막한 당산을 중심으로 솔숲이 우거지고, 바다와 맞닿은 곳은 밀가루를 풀어놓은 듯 고운 백사장이 드넓다. 자박자박 몇 걸음 더 걸어가면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발목을 붙잡아 결국 사진을 연거푸 찍고야 만다. 그런데 놀랍다. 인생 사진을 남길 줄이야. 승봉도는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수준이다. 잰걸음으로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가는 곳마다 마음을 빼앗을만한 풍경이 즐비해서다. 그러다 보니 작은 섬이지만 하룻밤을 보내고 오는 이도 많단다.

승봉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40㎞ 정도 떨어져 있다. 이웃한 섬으로 북쪽에 자월도, 서쪽에 대이작도가 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1시간 20분 남짓 걸린다.

승봉도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3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씨와 황씨 성을 가진 두 사람이 고기를 잡던 중 풍랑을 만나 승봉도에 대피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섬 이곳저곳을 살펴본 그들은 먹을 것도 풍족하고 경관까지 빼어나다며 섬에 정착했다. 이후 자신들의 성을 따서 ‘신황도’로 불리다 섬의 지형이 마치 봉황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라 하여 ‘승봉도’로 고쳐 불었다고 한다.

승봉도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섬이 워낙 작아서 걸어 다녀도 아쉬울 게 없다. 승봉도 선착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10여 분 정도 걸어가면 승봉리에 닿는다. 평일에는 인적이 드문 한갓진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바쁜 도시인들에게는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다시 찾은 느낌이다. 마을을 지나면 오른편에 이일레 해수욕장이 나온다. 섬 주민들이 자랑하는 명소다. 이일레 해수욕장은 작은 섬에 비해 해변이 드넓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곱디고운 모래사장이다. 물이 빠져도 갯벌이 드러나지 않으며 바닷속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맑다. 마치 남국의 바다를 닮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해변의 길이는 1.3㎞ 남짓하고 폭은 40m가 넘는다. 그 끝자락까지 걸어가면 해송이 우거진 솔숲으로 길이 이어진다. 섬사람들은 그 숲 한가운데로 길을 내고 삼림욕장 팻말을 걸어놓았다. 산림욕장에 발을 들이면 해송이 하늘 높이 뻗어 여름에는 뙤약볕을 가려주고도 남을 듯하다. 물론 겨울에는 차디찬 바닷바람을 막아줘 아늑하다. 솔향이 온몸을 감싸고 기분마저 상쾌해졌다면 다시 해안가로 발길을 돌려볼 일이다.

해안가에는 나무데크가 놓인 승봉도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바다를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해안산책로는 승봉도의 또 다른 절경인 목섬으로 잇댄다. 목섬은 물이 들면 섬이 되었다가 물이 빠지면 승봉도와 연결되는 작은 섬이다. 낚시꾼들에게는 물 반 고기 반이라 불릴 정도로 손맛이 좋은 낚시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목섬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신황정에 이른다. 섬에 처음 정착한 신씨와 황씨의 이름을 따서 지은 정자인데 이곳에서 보는 풍광이 매우 탁월하다. 오른쪽으로 목섬이 길게 드리우고 그 뒤로 검도, 부도가 아득하다. 더 먼 곳으로 시선을 향하면 아스라이 제부도, 궁평항까지 바라볼 수 있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길 :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두 차례(오전 8시 30분, 오후 2시) 운항한다. 일자에 따라 운항 횟수가 다르니 자세한 내용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1599-5985)에 문의.

■ 별미 : 이맘때 승봉도에서는 소라가 맛있다. 꼬들꼬들 씹히는 식감 덕분에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회로 먹어도 좋지만, 숙회를 해서 먹어도 맛있다. 특히 김이 모락모락 날 때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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