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동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그만 주변 환경의 차이가 엄청난 행동의 차이를 유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깨진 유리창’이다.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Phillip G. Zimbardo) 박사는 ‘깨진 유리창 실험(broken windows experiment)’ 및 ‘스탠포드 감옥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으로 특히 유명한 학자이다. 그는 1971년에 실시한 스탠포드 감옥실험에 대한 결과를 35년 만인 2004년 <루시퍼 이펙트(Lucifer Effect)>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루시퍼는 성경에 나오는 사탄(마귀)의 이름이다. 따라서 ‘루시퍼 이펙트’는 ‘악마효과’라는 뜻이다. 이 책은 보통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어떤 요인으로 악마와 같은 잔인한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르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짐바르도 교수는 악인은 그 기질, 또는 본성에 문제가 있다는 전통적인 믿음을 거부하고,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 악행을 저지르도록 만드는 것은 상황과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1969년 짐바르도 박사는 매우 인상적인 실험을 실시하였다. 치안이 허술한 골목길에 두 대의 자동차를 방치했는데, 한 대는 보닛(bonnet)만 열어 두고 한 대는 보닛을 열어 둠과 동시에 유리창(car window) 한 장을 깨놓았다. 그런데 두 차에 일어난 일은 참으로 놀라운 차이가 있었다. 보닛만 열어 둔 자동차는 일주일 동안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유리창 하나가 깨진 자동차는 10분 후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타이어도 모두 떼어가 버렸다. 이런 식으로 훼손이 계속되어 일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로 되어 자동차의 프레임(frame)만 남아 있을 정도가 되었다.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이 실시된 지 13년이 지난 1982년 3월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 교수와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 교수는 ‘The Atlantic Monthly’라는 잡지에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과 같이 썼다.

“몇 장의 유리창이 깨진 건물을 생각해보자. 만일 그 유리창들이 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다면, 파괴자들은 더 많은 유리창을 깨버릴 것이다. 결국 만일 그 건물의 소유주가 없다면, 그들은 건물 안으로 뚫고 들어가 그 안에서 무단 거주하거나 불을 피울지도 모른다. 또는 인도(人道)를 생각해보자. 약간의 쓰레기가 쌓여 있다. 그러면 곧, 더 많은 쓰레기가 그곳에 쌓인다. 결국, 사람들은 테이크아웃(take-out) 레스토랑에서 들고 나온 쓰레기 봉지를 그곳에 버리기 시작하거나 남의 자동차를 따고 들어가는 행위를 저지를 것이다.”

이 글에서 저자들은 야만적 행위를 막는 최선의 전략은 문제가 작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신속하게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면 파괴자들이 더 많은 유리창을 깨버리거나 다른 추가적인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 만일 인도를 매일 깨끗하게 청소하면 인도에 쓰레기가 쌓이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초기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문제가 더욱 악화되지 않고 거주자들도 이웃을 기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하였다. 한비자(韓非子)에서 나온 사자성어로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말이 있는데, ‘거대한 둑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진다’는 뜻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은 맥락의 사자성어이다.

사소한 차이가 사람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University of Groningen) 연구팀은 주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2008. 11)’에 실린 논문을 통해 주위 환경이 인간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 ‘깨진 유리창 이론’을 뒷받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이 대학의 연구팀은 주변 환경이 깨끗한 경우와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고 벽에 낙서가 있는 경우에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연구했다.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좁은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자전거 손잡이에 부착된 광고전단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관찰한 결과, 골목길 벽이 단일 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진 공간에서는 광고전단이 길바닥에 버려진 비율이 33%였다. 반면, 골목길 벽에 낙서가 된 공간에서는 두 배가 넘는 69%가 버려졌다.

연구팀은 또 주위가 말끔하게 정돈된 곳에 설치된 ‘깨끗한’ 우체통과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버려진 곳에 설치된 ‘깨끗한’ 우체통, 그리고 지저분한 환경 속의 ‘낙서투성이’ 우체통에 5유로 지폐가 든 편지봉투를 걸쳐놓았다. 수신자 주소가 적히는 부위의 투명비닐을 통해 봉투 안에 5유로 지폐가 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행인들이 편지봉투를 슬쩍 집어가는 빈도를 관찰해 보았다.

관찰 결과, 편지봉투를 집어간 비율이 주위 환경이 깨끗하고 우체통이 깨끗한 경우에는 13%, 지저분한 환경의 깨끗한 우체통에서는 거의 두 배인 25%, 지저분한 환경의 낙서투성이 우체통에서는 27%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6가지 상황을 설정하여 관찰하였는데 모두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면서, ‘깨진 유리창 이론’은 현실적으로 타당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유리창 하나가 깨졌느냐 안 깨졌느냐, 골목길이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느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느냐, 깨끗한 우체통과 낙서투성이 우체통 등 아주 사소한 차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의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조직의 리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주변 환경의 정리정돈과 같은 아주 사소한 조치가 팔로워들의 비이성적 행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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