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친구 삼아 세월을 낚는 낚시도 좋지만, 이맘때 삽시도를 찾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 조붓한 숲길과 탁 트인 바다를 거닐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둘레길을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삽시도는 산림이 울창한 데다 바다를 면하고 있어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가득하다.

이맘때 그 섬에 가는 이유

충남 서해안에서 세 번째로 큰 섬, 삽시도는 섬의 모양이 ‘화살이 꽂힌 활(弓)의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꽂을 '삽(揷)', 화살 '시(矢)'를 써서 삽시도라 한다. 보령에서 해상으로 13km 떨어진 삽시도. 대천항에서 배로 40분 정도 가면 닿는다.

삽시도 둘레길은 선착장에서 시작한다. 선착장을 지나 마을로 접어들자 예쁜 벽화가 섬 여행을 더욱 설레게 한다. 섬마을은 고요하다. 아니 적막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여행자들의 발길이 예전만 못하니 섬에서 장사하는 주민들도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어부를 제외한 섬에서 펜션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 대부분은 육지에 집을 두고 있으면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아예 섬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호젓한 섬여행을 즐기려면 요즘이 가장 좋은 시기일 수도 있으니까.

마을을 벗어나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자 길게 이어진 진머리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부신 백사장에는 곱디고운 은모래가 반짝인다. 삽시도에는 진머리해수욕장 외에도 거멀너머해수욕장, 밤섬해수욕장이 질 좋은 백사장과 청정해역을 자랑한다.

면삽지로 향하는 솔숲에서는 삽시도 둘레길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솔숲을 걷는 동안 잔잔한 파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품격이 다른 도보여행이 가능하다. 중간중간 전망대와 쉼터가 있어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쉬어가며 걷기에 좋다.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파도는 바람에 예민하다. 강하게 바람이 몰아치면 바람은 파도를 만들고 파도는 하얀 거품을 일으켰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숲이 우거져 바다로 내려갈 수는 없지만 아득한 풍경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한참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산책로처럼 얌전하던 길이 어느 순간 비탈진 길로 변하더니 가파른 경사가 이어진다. 경사가 심한 곳에는 나무데크가 놓여 있어 위험하진 않다. 바다로 난 데크길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자 물망터가 나온다.

물망터는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 되면 맑은 생수가 나온다. 고여 있는 물을 재빨리 퍼내도 순식간에 맑은 물이 솟아나 웅덩이를 메워버린다. 예부터 피부병 등에 효험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면삽지는 하루 두 번 삽시도와 떨어져 섬이 된다. 그러니 그때를 제외하면 언제든지 면삽지를 찾아볼 수 있다. 면삽지에는 동글동글한 모양의 조약돌이 지천으로 널렸다. 수북이 쌓인 조약돌들은 파도에 쓸리며 자그락자그락 노래를 들려준다. 동글동글한 조약돌은 그 모양이 너무 예뻐 탐이 날 정도다. 면삽지에는 각양각색의 기암괴석과 해식동굴이 발달해 있다. 요즘 SNS에는 동굴에서 찍은 사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니 면삽지에서 동굴 인생 사진 하나쯤은 꼭 남겨봄 직하다.

길은 다시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이어진다. 바다를 조망하는 숲이다. 안타까운 것은 바다의 불청객 태풍 탓에 잎이 많이 떨어졌다. 이윽고 길은 삽시도 최고봉인 붕굿뎅이(114m)에 이르고 연이어 사면을 따라 내려선다. 삽시도에는 황금소나무라 불리는 황금곰솔이 유명하다. 해 질 녘에 보면 또렷하게 황금색을 발한다. 현재 보령시 보호수(제2009-4-17-1호)로 지정되어 있다. 수령은 50년 정도로 높이는 8m 정도 된다. 황금곰솔 군락지에서 밤섬해수욕장을 지나 밤섬 선착장에 닿으면 둘레길은 끝난다. 삽시도 둘레길을 돌아보는 동안 마음 한편에 삽시도의 풍광이 화살처럼 꽂혀있다.

여행정보

■ 여행 문의 : 보령시 오천면사무소 : 041-930-0803

보령시 대천항출장소 : 041-930-3604

보령시 관광과 : 041-930-6551, 6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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