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민에 철학자가 답하다

조니 톰슨 | 윌북 | 1만6800원

당신은 왜 아직도 일하고 있을까요? 아니, 그보다 왜 당신은 제시간에 퇴근하는데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요? (...) 이메일에 답장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사무실에서 가장 먼저 퇴근하려면 마음이 불편하고, 입사 면접에서는 밝은 표정으로 “저는 일하는 게 즐겁습니다!”라고 말하죠.

많은 사람이 은퇴하고도 일하지 않는 생활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직업으로 자신을 정의합니다. 베버는 거의 최초로 이러한 사고방식이 훈련된 것이며 몹시 부자연스럽다는 점을 지적한 사람입니다. ‘프로테스탄트 노동 윤리’가 진짜든 가짜든, 옳든 그르든 간에 결정하는 주체는 당신 자신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두꺼운 철학책 읽기에 마조히즘적으로 집착해온 저자 조니 톰슨은 철학은 왜 말만 들어도 질려버리는 느낌이 드는 학문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어렵게 자신이 공부하고 탐구해온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말하는 것을 학자들이 주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 그는 심리학, 과학, 예술,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 사고한 철학자들의 철학 사상들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짧게 올려서 큰 호응을 얻게 된다. <필로소피 랩>이 바로 그 연재의 결과물이다.

<필로소피 랩>은 실존·일상·예술·인간관계·정신건강·정치·경제 등 다양한 질문에 응답하는 130여 가지 철학 개념을 간결하고 명료한 언어로 소개하는 철학 가이드북이다. 그래서 인지 단 두 페이지 분량의 철학 이야기로 우리는 데카르트의 ‘코기토’, 사르트르의 ‘타인은 지옥이다’, 몽테뉴의 ‘메멘토 모리’, 니체의 ‘아모르 파티’ 등과 같은 유명한 철학 이론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현재의 질문으로 모든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왜 제때 퇴근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낄까?’, ‘직업은 나의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우리의 인지기능을 빼앗기게 되는 것일까?’ 등.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해줄 수 있는 대표 철학자를 연결해준다. 가장 논리적 방식으로, 그리고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해당 철학자의 생각과 사상은 여전히 빛을 발하며 우리의 좁은 시선과 닫힌 생각을 환히 밝혀준다. 우리는 ‘오늘의’ 질문들을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17세기 데카르트와 19세기 칸트가 20세기 보부아르가 평생을 바쳐 사고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18세기 프랑스 여성 철학자 소피 드 그루시가 주장했던 성장 과정 중의 ‘부모의 애정’과 ‘공감’의 중요성은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현대에는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저자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란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 인생을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알려주기도 하고,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이야기하며 뇌에 오락거리를 제공해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모바일 기기를 들고 다니는 데 익숙해진 지금 우리의 삶을 오버랩해낸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부딪히는 고민들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리고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웠던 지성이 그 해결법의 힌트를 알려주게 된다면 우리의 내일은 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맛깔스러운 언어로 정리정돈한 철학 연구소에 잠시 들러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놓아 보자. 어쩌면 여기에 질문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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